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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비행기를 몇번 타보았지만, 아직까지 5시간을 넘게 비행기 안에서 지내본 적은 없었다. 배낭여행이다 어학연수다 하는 바람이 빠듯한 내 삶에 들어오기에는 난 너무나도 현실적이거나 도저히 모험을 감행할 수 없는 용기를 지니지 못했던 탓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럽기만 한 외국의 삶이 어쩌면 지금의 삶의 도피처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들 안에는 그곳 역시 우리와의 삶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라는 위안아닌 위안으로 오늘 하루 역시 바쁘게만 시간의 궤적을 따라 흐른다.

회사에서의 출장은 나름 기존의 생활에서 다소 이탈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갖게 한다. 물론, 그 출장을 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시간에 한에서이다. 출장지에서의 생활이 서울에서의 생활에 비해 좋지 못할 수도 있고,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일이라는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출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너무나도 심하기에 그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한 경우도 있다.

우연찮게 스페인을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물론, 출장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는 않지만, 과정이 어찌되었든 출장이라는 명목하에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낼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나름 새로운 경험이다 싶었다. 또한, 유럽이라는 동네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라는 긴장감과 기대감이 큰 출장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일은 역시 일이었고, 출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특히 한국 시간과 차이가 나는 상태에서 일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부담) 이만 저만이 아니었었다. 그리고, 특정 목표를 달성했기에 그 부담이 더 컸었으리라. 아마도 같이 간 동료와 한국에서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아니라면 스스로에게도 참담한 결과를 안기고 출장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출장지는 스페인의 알헤시라스(Algeciras, 알지시라스라도고 함)이며,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맞붙어 있는 지브롤터 해엽에 위치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 바로 붙어 있어서인지 기후는 여름이 길고, 겨울에는 우기이다. (알헤시라스를 소개한 다른 기사) 알헤시라스로 가는 길은 서울에서 파리로 10시간, 그리고 파리에서 말라가까지 2시간, 여기서 택시를 타고 숙소인 AC 호텔까지 약 1시간 이상 소비되는 거리였다. 한국에서 점심때 출발하면 그날 자정쯤(스페인 현지 시간)에 도착하는 거리로 긴 여행이기도 하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알헤시라스]

알헤시라스는 국내 한 물류회사가 자동화 항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항만 시스템은 다양한 자동화 기계들이 최적의 솔루션을 얻기 위해서 SW에 의지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SW는 기계를 제어하기 위해서 판단과 명령을 내리게 된다. 즉, SW가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SW는 항만의 상태를 알고 있어야 하고, 다양한 상태에 따라서 시의 적절하게 해당 자동화 기계에 명령을 내려야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이러한 일들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잘 처리한다고 해도 한 사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즉, 판단하는 여러 머리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매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하는데, 이를 SW로 만드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물론, 그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이러한 주요 로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문제가 되었던 머리에 해당하는 판단하는 영역과 이에 따라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계와의 접점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SW라는 것이 늘 연구실에서 만든 것과 현장에서 만든 것들이 서로 다르게 행위를 하다보니 막상 현장에서 접하는 문제들은 그 이전에 생각했던 문제들과는 다른 문제들이었고, 이를 짧은 출장 기간 동안 해결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에서와 한국에서의 공조 형태가 형성되고, 서로가 다른 시간대에 활동을 하는 환경이 다소 도움이 되었던 탓일까 일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알헤시라스는 지중해와 대서양, 유럽과 아프리카가 마주한 곳이라 그런지 배를 통한 교역이 많았고, 우리가 있는 동안에도 매일 같이 상당한 물동량들이 오고 갔다. 

[숙박했던 AC 호텔에서 바라본 해안 항구들]

[알헤시라스 시내에서 바라본 항구]

[해안가에서 바라본 항구]

[알헤시라스 시내 거리]

알헤시라스는 어촌 지역이고 관광 지역이 아니다보니, 외부인들이 싸고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처음에 묶었던 알헤시라스 호텔 (AC Hotel) 역시 그리 싼 편은 아니라, 숙박비에 대한 부담이 더했지만, 그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비즈니스 업무 용으로 방문한 사람을 위한 숙박 시설이기도 했다. 내부 시설도 깨끗한 편이었고, 지내기에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 편이 그리 발달한 편이 아니라, 먼저 체류하고 있던 멤버들의 도움으로 자동차를 렌트할 수 있었고, 출장 기간 내내 렌트카로 이동했었다. 물론, 시골이다 보니 전철 역시 없었고, 기차역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안가이다 보니, 배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AC 호텔에서 바라본 알헤시라스 시내 전경]

[사무실 창을 통해 본 탕헤르와 타리파/알헤시라스를 왕복하는 여객선]

알헤시라스는 배를 통해 아프리카를 오고 가는 경로가 발달해있다.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하면 모로코의 탕헤르 지역과 세우타 지역을 갈 수도 있으며, 1박 2일 코스로 알헤시라스에서 이 두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상품도 많다. 물론, 당일 코스로 두 지역 중의 어느 한 지역을 가는 상품도 있다. 가격 역시 그리 비싸지 않은 것으로 기억되는데, 1인당 대략 5 ~ 6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배에 차를 실어서 갈 수도 있어서 렌트를 통해 여행한다면 아프리카까지 충분히 차로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다카르 랠리가 아프리카의 세네갈 수도 다카르까지 간다는 이야기가 이곳 알헤시라스에 와보니 가능하다는게 몸소 느껴졌다. 유럽의 땅끝 마을인 타리파에서 한시간만 배를 타고 이동해도 바로 아프리카에 도착하니 유럽에서 시작한 자동차 여행이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서 계속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배가 되지 않을까. 물론, 별도의 비자를 발급받을 필요없이 이 두지역을 오고갈 수 있는 이유는 세우타가 스페인령이라는 것도 한 몫 작용했으리라. 

아프리카를 오고 가는 배편은 유럽의 최남단인 타리파에서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여기에는 바로 여객선을 탈 수 있는 터미널이 있으며, 관광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여객선의 티켓을 더 싼값에 구매할 수가 있다. 우리가 관광상품을 구매한 것에 대해 후회했던 것이 여기서 티켓을 바로 샀으면 치사하고 싸구려 여행 코스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탕헤르 여행은 사실 출장에 대한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서 별도로 계획해서 갔다기 보단 빠른 시간 내에 휴일을 통해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광 상품을 구매했었다.)

스페인을 방문했던 10월은 서머타임 적용으로 인해서 실제로는 1시간 정도 앞당겨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번째 방문했던 12월에는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환원되었고, 서울과의 시간 차이는 변함이 없었지만, 생활 시간이 1시간 정도 차이가 났었다. 또한, 서울에서의 식사시간 역시 이곳에서는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점심을 하는 생활에는 다소 적응하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특히, IT라는 것이 빠른 식사 시간과 늦은 야간 시간까지의 일을 하는 패턴에는 이러한 생활 양식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점심을 하고 (어차피 항만 근처에는 식당가가 없기에 시내까지 차를 타고 갔었다) 다시 돌아온 시간이 4시 가까이 되고, 얼마 일하지 않고 7, 8시가 되다보니 저녁은 그냥 건너뛰거나 늦은 10시 이후에 호텔로 돌아와 아주 늦은 저녁겸 야참을 먹는 생활이 되었다.

[남자와 여자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지 말라는 뜻일까? 어느 엘리베이터 앞에 표시된 내용]

[알헤시라스에 있는 어느 건물]
 

[어느 식당에서 바라본 지브롤터]

[강렬한 햇볕과, 흙빛의 지붕, 지중해, 그리고 지브롤터]

 [구름이 걸려있는 지블로터]

알헤시라스는 여름 기간에는 지중해의 햇볕을 충분히 받는 지역이다. 너무나도 빛이 밝아서 썬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멀 정도이다. 정말 태양빛이 강렬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게 피부로 와닿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간으로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우기로 접어들고 해를 보기보다 비를 보는 횟수가 많아지고, 심지어는 번개로 인해서 숙박처에서도 간혹 정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AC 호텔의 비싼 숙박비가 부담이 되어서 적절한 숙박시설을 알아보던 중에 타리파로 가는 중간에 Maison De Sancho 라는 곳을 찾아냈다. 길가 바로 옆에 있기도 했지만, AC 호텔이 현대식이라면 스페인 식의 건물이었고 스페인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Maison De Sancho 호텔 - 알헤시라스와 타리파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며, 알헤시라스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AC 호텔(별 4개)보다는 시설이 오래되었지만 (별 2개) 내부는 깔끔했고, 잠만 자는 우리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산속에 호텔이 있다보니 밤에는 찬 기운이 침대에 스며들지만, 담요만으로도 스트레스 받는 하루를 쉬기에는 충분했다.

[Maison De Sancho 호텔 복도]

[Maison De Sancho의 소박한 로비]

 [크리스마스 즈음에 호텔 내에 만들어진 인테리어]

Maison De Sancho 호텔은 약 50년 정도된 건물인데, 우리는 주로 늦은 10시 이후에 귀가를 했기에 호텔 식당에서 질긴 고기와 양이 많은 어류를 주로 먹었지만, 어느날 일찍 귀가를 해보니 나름대로 그 지역에서는 유명했는지 산속 깊은 곳에 있었지만, 많은 손님들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때로는 뒷마당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어느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투우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었다. 스페인의 투우는 우리나라의 야구 시즌과 같이 특정 기간 동안 모든 도시에서 이루어지며, 알헤시라스 역시 투우 경기장이 있었지만, 내가 간 갔을때에는 투우 시즌이 끝난 상태였다.

[Maison De Sancho 호텔 뒤에 있는 투우를 연습하던 장소]

사람이 의식주의 해결은 어디를 가나 가장 큰 걱정거리이기 때문에 난 많은 옷들을 가지고 스페인을 갔었지만, 그다지 옷을 갈아입을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 워낙에 선진화된 문명의 이기들이 이곳 알헤시라스 지역에 오기에는 그 거리가 멀어서였는지 맑은 공기와 시원한 사무실 안에서만 있다보니 옷이 그리 더렵혀지거나 먼지로 인해서 얼룩이 지지 않는다. 다만, 음식을 먹을 때 흘리지만 않는다면 일주일은 양말만 갈아신고도 버틸 수가 있었다. 이곳의 물가는 그리 싼 편도 아니고, 세탁소나 빨래방과 같은 시설이 없기에 숙소에서 밀린 양말 빨래를 하고, 방에 여기저기 널릴 수 밖에 없었다.

[호텔의 식당 - 스페인의 입맛을 느낄 수 있었다. 벽난로의 그을린 자국은 실제로 장작으로 불을 지폈기 때문이고 머무는 동안에도 비가 올때에는 벽난로의 불이 지펴져 있었다]

알헤시라스는 차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교통 신호등이 사람이 다니는 건널목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고, 라운드어바웃이라는 곳이 나타난다. 규칙은 아주  단순하다. 좌측의 차가 가장 우선이며, 좌측의 차가 지나가지 않은 틈을 이용하여 그냥 끼어들면 된다. 참으로 단순하고 지키기 쉬운 규칙이며, 머리를 사용하여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다. 물론, 그 중에서도 반드시 사람이 도로 위에 나타나면 사람이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제일 우선순위가 높다. 좌측의 차가 우선인 이유도 운전자가 좌측 백미러를 보는게 편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라고 일일히 감시하는 것보다도 단순한 규칙으로 해결하는 것이 비용이 더 싸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나면 반드시 라운드어바웃이 있다]

[또 다른 숙소에서 본 지브롤터]

[아파트 내에 있는 수영장]

스페인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주택은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며, 주로 흙색을 사용한 지붕이 있는 집들이 많았다. 태양의 색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받을 정도이고, 테라스 역시 빛을 받기에 아주 충분하게 넓었다. 우리나라 아파트 테라스보다도 최소한 2배 이상은 되어 보였다. 거기에 거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아파트를 임대하여 살고 있었는데, 생각외로 내부가 넓고 수영장까지 갖추었다. 호텔에 있을 때에도 수영장이 있었지만, 일반 집에서도 수영장이 있는 것을 보아 여름 날씨가 생각보다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닷가라 이 지역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10월 이후의 알헤시라스의 날씨는 수영이나 해수욕을 하기에는 아무도 물에 들어가지 않기에 그냥 눈으로만 즐겼다.

두번의 알헤시라스 방문을 하면서 유럽의 맛을 그 짧은 시간 동안 느끼기에는 충분했었다. 대도시를 여행하는 것보다도 소도시나 시골을 방문하여 직접 현지인들과 부딪히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출장을 다녀온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 여운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게 사실이다. 일만 아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 출장을 다녀왔을 때의 공통된 생각일까.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을 매번 겪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면 일의 지루함 속에서 간혹 낯선 곳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출장의 즐거움이 아닐까. 시간이 더 한정되었기에 매번 보는 모습들이 더 새롭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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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legurth 2013.01.14 04:43 신고

    나는 알헤 시라스 (Algeciras)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자 드 산초에서 작동합니다.

    고마워, 내가 책을 읽고 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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