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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Ware

잘못된 가정에 의한 그릇된 믿음

by javauser 2011. 11. 16.
19세기 이탈리아의 범죄학자인 롬브로소는 범죄에 대해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시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과학적인 방식은 범인의 얼굴이 선천적으로 나타난다는 가정을 근거로 하고 있어서 범죄자에게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얼굴을 보고 범죄자를 판단하는 이론을 세운다. 그는 수많은 범죄자들의 얼굴을 조사하고, 얼굴에서 큰턱이나 튀어나온 광대뼈, 벌어진 엄지발가락과 같은 외모를 특징으로 내세웠고, 이러한 의견은 결국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범죄자를 가려내어 더 높은 형량과 특별 관리를 필요로 하다고까지 주장을 했다. 물론, 이와 같은 이론은 현재에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으며, 전혀 신빙성조차도 없다고 판단되고 있다.

<쏘우>와 같은 영화에서 관객들은 전혀 범인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나중에 범인으로 반전되는 결과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정황이나 사람의 겉모습을 판단으로 그 사람이 범인일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이미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범죄를 저지를 것만 같은 얼굴형의 배우를 범죄자의 역할을 맡겨놓아서 관객에게 그릇된 선입관들을 보이지 않게 강요하기도 한다.

이러한 잘못된 가정으로부터 시작한 과학적인 접근 방식은 결국 그릇된 믿음을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끼치는 파장은 참으로 무섭기까지 하다. 중세시대 이후의 마녀사냥 역시 잘못된 가정으로 인해 끼친 영향이며, 그 이후에도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이론들이 정당성을 얻어서 많은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SW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잘못된 가정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아직까지도 그러한 잘못된 가정들은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점점 더 커지거나 더 강화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서 많은 폐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심각한 폐해 중에 하나는 바로 잘못된 예측이나 계획을 하고도, 프로젝트 끝까지 이를 버리지 못하고 고수하여 관리하려는 형태이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바로 한시간 뒤의 일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획에 집착한다. 아니,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한다고도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신과 같은 어느 누구의 한사람이 작업별로 나누고, 그 작업에 대한 일정과 할당을 수행한다. 그 사람은 전지 전능한 신과 같이 모든 작업의 세부사항까지도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각 시간대별로 어떤 작업을 할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만들어진 일정이나 계획은 프로젝트 끝까지 아무도 건드리거나 변경없이 착착 진행되며 PM은 취합해서 올라온 보고를 보고 잘잘못을 판단한다.

이러한 일정관리는 처음의 가정부터가 잘못된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다. 모든 계획과 예측은 바로 그 순간 이후로부터 빗니가기 시작하며, 이 빗나간 일정들은 그 순간 바로 잡기 위해서 계속해서 일정을 수정해야 한다. 일의 선후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 빗나간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수많은 다른 작업을 변경하는 것을 초래하게 되며, 결국 누군가는 프로젝트 내내 일정을 재조정해야만 한다. 이러한 일정관리의 가정은 일정을 세우는 사람을 미래의 예측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작업의 세부사항을 속속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지 전능한 신이라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가정을 세운 상태에서 만들어진 일정은 아주 잘 만들었고, 여기에 꼭 지키게 진행하라는 엉뚱한 믿음을 심어준다. 그 폐해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체에게 돌아가게 되며, 늘 그 환경에서 버티지 못한 사람들을 몰아붙인다.

이러한 현상은 점차적으로 더 심화되기만 하며, 심지어 잘못된 가정을 시스템화시켜서 이를 더욱 강화하려고도 한다.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그 이후에 일정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내는게 불을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믿음이 하루 아침에 없어지기란 참으로 요원하다. 개발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진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하는 것일게다. 그 속에서 무엇인가 의미있고, 개발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람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 잘 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기 원한다. 무엇인가 가시화시켜서 오늘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기 원한다. 프로젝트의 일정은 그러한 위안을 위한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정 관리에서 %가 그리도 중요한 수치라면 사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잘못된 가정 안에서 우리는 눈먼 장님처럼 헤매다가 정작 중요한 물은 마시지 못하고 굶어죽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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