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의사소통을 하는 아주 혁신적인 도구가 있다고 하자. 이 도구는 언어나 텍스트로 표현하지 않아도 생각만으로 사용자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하자. 정말 혁신적이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의사소통의 본질적인 내용을 보면 결국 쌍방의 의견이 합의해가는 과정이 된다. 아무리 빠르고 효과적으로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의사소통에서는 '빠름'이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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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소셜 서비스들이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친 것은 빠른 의견의 개진과 더불어서 다수의 다양한 의견이 어느 방향성을 가지고 합의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즉, 이전에는 특정인이나 전문가 집단에 의해 한정된 의견으로 한정된 결정을 했다고 한다면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의견을 통해서 다수가 원하고 다수가 합의하는 결정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다수가 선택한다고 꼭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빠른 의사소통을 혁신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가 기존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존의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은 수천년 동안 인류가 보편적으로 수행하던 방식이기에 이를 바꾸기는 힘들다. 결국 도구는 이러한 전통적인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형태로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도구를 도입하거나, 가지게 된다면 혁신적으로 문화를 바꿀 수 있다라는 생각은 SW를 도입하는 기업에서도 늘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도구가 가지는 특성에 따라서 도구의 도입으로 기존 불편한 부분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역이 문화나 프로세스와 같은 모든 구성원들과 수행 방법에 걸쳐서 스며든 내용까지는 바꾸기는 힘들다. SW를 개발하는 문화 역시 그 나름대로의 조직마다 독특한 문화가 존재하고, 그러한 개발 방식은 최종적으로 SW를 인도하는 시점에 고객의 만족으로 집중될 수 있다. SW 개발을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아무리 높여도 고객 만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도구 도입으로 인해서 오히려 기존의 작업 방식을 저해하는 것이다. 도구가 담당하는 영역이 넓으면 넓을수록 오히려 도구에 한정되어서 기존 프로세스나 절차와의 충돌이 발생될 여지가 많아진다. 결국 이러한 기존 문화나 프로세스의 충돌을 해결하지 못하다면 도구가 가지는 장점보다도 단점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이게 되고, 도구 도입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된다.
구매나 제조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ERP의 도입 역시 기존 프로세스와 상당한 충돌이 발생되면서 한정적 사용의 형태로 도구의 활용의 변형이 발생된다. 도구가 제공하는 기능에 사로잡혀서 모든 것을 도구 중심으로 맞추고 여기에 노력을 해보았지만 다시 원래의 프로세스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목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류가 발명한 위대한 도구들은 어느날 하루 아침에 번쩍하고 나타난 것들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수많은 노력과 시도를 통해서, 그리고 여기에 인류가 적응해가면서 나름대로 최적의 방법과 같이 나타난 것들이다.
SW 도구 구매가 쉬워지면서 어느날 반짝하고 나타난 도구들과 같이 우리 삶은 마치 도구에 의존되거나 종속되도록 조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 도구 적응에 얼마나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가, 그리고 도구가 이전에 우리가 수행했던 방식을 얼마나 존중하고 떠 받쳐줄 수 있을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 도구를 도입하는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도구를 통해서 문화를 형성하고 구성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든다. 이러한 노력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은 강제하는 것도 있다. 즉, 다양한 제약을 통해서 도구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도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강제하지 못한다면, 도구를 익히고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물론, 도구가 지원하는 범위가 협소하다면 그러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 경우도 있다. 도구가 지원하는 범위가 넓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서 적용하는게 낫다. 도구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여기에는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한 오류까지도 문화에서 수용할 필요는 없다.
도구를 도입한다고 하면, 조직 구성원과 문화에 제일 적합한 도구를 선정해야 한다. 문화를 바꿀 목적으로 도구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색한 옷을 입은 모양과 같이 불편한 상황을 연출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최선의 원리나 원칙이 도구로 인해서 제약받는 경우에 식별된다. 즉, 도구로 인해서 최선이나 최적으로 생각했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면, 도구가 오히려 해당 문화나 절차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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