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1958년 5월 24일 생, 2011년 9월 14일 대장암으로 54세로 타계. 꼭 일년 전 쯤 한국 야구의 레전드는 우리 곁을 떠나갔다. 최동원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전기나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거인의 추억'(실크캐슬, 정범준)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최동원을 '무쇠팔' 이라는 별병을 싣고 있다. 그가 한국의 대표 간판 투수라는 사실 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남자들은 야구를 좀 해보고, 즐겨본다고는 하지만, 사회/결혼 생활에 야구팬이나 광처럼 지켜보지는 못하는게 현실인 것 같다. 늘 야구장 한번 가봐야겠다라는 마음만 가진채 올 한해도 코리안 시리즈나 WBC같은 경기에 누가 나가는가 정도의 관심만 보일 정도이다.


그런 내가 스스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정범준'이라는 저자의 영향도 있다. 그는 이 책을 쓰고, 이후에 '마흔, 마운드에 서다'라는 책을 출간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야구를 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을 사회인이 되어서 아마 야구를 도전하면서 겪었던 내용을 솔직하게 쓰고 있다. 저자는 아주 평범한 일반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더 나은 목표(책을 쓰겠다는 생각과 야구를 해보겠다는 포부)를 하나씩 이루어가나는 모습에 살짝 반한 것도 있다. 이책에 자주 언급되는 이전 책인 최동원의 자칭 전기라고 하는 '거인의 추억'이 작년 최선수의 사망 소식으로 순간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사실 이책은 그냥 최동원의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저자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지만, 야구가 기록의 경기인 만큼 그 자료는 최동원이라는 선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

우선 70년대 말 80년대 초를 주름잡았던 최동원의 실력은 그가 중학교/고등학교 시절의 기록만으로 대선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동원이 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70년대 중후반은 야구에 대한 인프라 역시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특히 밤에 경기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기에 무승부가 9회 이후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다음날에 이어서 계속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그리고, 팀의 에이스였던 최동원은 그 이전의 경기와 그 다음날의 나머지 경기, 그리고, 그날의 남은 경기를 연속해서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작년 말에 개봉했던 최동원과 선동렬의 맞대결을 그린 '퍼펙트 게임'. 이 경기에서 양팀의 에이스들은 연장 15회 동안 총 441개의 공을 던진다. (최동원 209개, 선동렬 232개) 지금으로써는 투수가 100개 이상의 공만 던져도 많이 던졌다고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들어보면 많은 차이를 느낀다. 이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는 누구라도 한번쯤은 그러한 승부를 해보고 싶다라는 욕망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최동원에 대한 평가는 그의 선수 생활 이후의 삶을 보고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협회를 만드는 과정과 은퇴 이후 정계나 방송계의 외도를 보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그런 과정은 최동원 스스로가 한계라고 느꼈던 부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그 한계를 넘으려고 했었고, 넘어서기를 주저하지 않으려는 면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그는 스스로를 한계를 뛰어넘기를 주저하지 않은 것 같다.


야구에 관한 또 다른 영화와 책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머니볼(moneyball)'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한 야구팀 구단장 이야기이다. 돈이 많고 화려한 세계의 내용이 아닌, 돈이 없고 실력이 없다고 평판난 팀의 단장 이야기이다. '빌리 빈' 이라는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팀의 단장은 돈이 없는 구단을 위해서 아주 저렴한 비용의 선수들을 영입하게 된다.


미국의 프로야구는 거액의 몸값이 증명하듯이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 모든 구단이 초점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빌리 빈'은 그러한 선수를 영입할 돈이 없기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 물론, 영화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아비리그 출신의 직원을 고용하여 기존의 선수 기용 방식을 전혀 다른 각도로 보기 시작한다. 즉, 얼마나 홈런을 많이 치고, 얼마나 빠른 공을 던져 삼진을 잡는 소위 인기에 영합하는가보다 얼마나 출루율과 장타율이 좋은지를 평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포볼이나 상대팀의 에러에 많은 루수를 기록한 선수를 더 중요시 본 것이다. 그 결과는 애슬래틱스는 많은 야구팀 중에서 승리 확률을 높이면서 플레이오프에도 여러번 진출하기도 한다.


야구의 기록은 어떠한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다양해질 수 있다. 또한, 필드에서 발생하는 모든 내용이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빌리 빈'은 그러한 기존의 틀과 한계를 다른 시각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틀을 만들었고, 이는 실제로도 성과가 있었다. '뉴욕 양키스와 같이 하는 것은 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키스를 이길려면 전혀 다른 룰이 필요하다'라는 신념으로 기존의 다른 팀이 추구하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낸 것이다.


'빌리 빈'이 만든 방식이 성공을 보장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의 한계를 분명 뛰어넘고자 했고, 또 그렇게 실행했기에 최소한의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한계를 인정하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은 분명 있게 마련이고, 그러한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 상당히 많은 고민과 어려운 과정이 필요로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고민과 과정이 설사 한계를 뛰어넘는데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에게는 많은 자산과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다른 한계를 넘을 때에는 분명 그 자산과 경험으로 인해서 이번에는 더 잘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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