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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반으로 갈라서 껍질을 벗겨 일자 형태로 자른 다음, 냄비에 자른 배를 넣고, 설탕, 계피와 같이 배가 잠길 정도로 와인을 넣는다. 그리고, 40~50분 정도로 조리면 먹음직한 와인에 절인 배요리(pera cotta)가 완성된다.


Pera cotta alla bella Helène, con cioccolato belga
Pera cotta alla bella Helène, con cioccolato belga by su-li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요리법(recipe)은 요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먹게 만드는 비법을 적어놓고 있는 것 같다. 방송에서 보는 요리 프로그램 역시 금방이라도 따라하면 먹음직스런 요리를 만드는게 쉬워보인다. 하지만, 막상 그러한 요리법을 따라하다 보면 예상과 다른 맛을 지닌 음식이 탄생하곤 한다. 역시 요리를 하는 것을 보는 것과 요리를 직접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럼 요리법에는 어떤 요소들이 빠져있어서 원하는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드는게 힘든 것일까. 대부분의 요리책들은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와 도구들(식자재)들이 모두 구비된 상태에서 소개되고 있다. 위의 테라 코따라는 요리를 하려면 무엇보다 배와 와인이라는 재료가 먼저 구비되어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다. 그럼, 배는 어떤 것을 골라야할까. 그리고, 그렇게 종류가 많은 와인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할까. 이를 아는 것 역시 요리를 하는 과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식재료를 선택하는 과정은 요리의 맛에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이다. 즉, SW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요소를 가지고 만들 것인지를 식별하고 정의하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아키텍처링이라고 하는데, 어떠한 가이드나 방법론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요리법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이 이러한 식재료를 선택하는 과정을 포함한다면 과연 맛있는 요리가 태어날까. 그리고, 식재료가 많고 복잡하다면 이러한 것들을 글로 표현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설사 글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복잡해서 거의 몇 권의 책으로 나타날 것이고, 요리 하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좋은 식재료를 구비해놓았다면 본격적으로 요리를 할 것이다. 요리법에는 정확한 양이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만일 집에 이러한 양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눈대중으로 하면 어떨까. 혹은 요리 과정에서 간을 맛보면서 양을 맞춘다면...이러한 내용들 역시 요리법에는 없다. 그냥 요리하는 사람의 경험과 눈대중으로 해야 한다. 물론, 기구를 갖춘다면야 좋지만, 한끼 식사를 위해서 그러한 기구를 일부러 산다는 것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어쩌면 사치이기도 할 것이다. 중요하고 거창한 요리가 아닌 이상은 대개 눈대중으로 간을 맞추는 정도일 것이다. 만일, 1인분 요리가 아니라 수십 수백인분의 요리를 한다면 1인분 기준의 양은 그냥 배수로 셈해서 해야 하는가. 이것 역시 그때 그때 달라질 것이다. 세밀하게 측정해서 간을 맛춘다고 정말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진다는 보장도 사실 없다.


SW를 만드는 과정에서 절차와 품질 기준을 상당히 강요하고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치 요리법에 소개된 양과 절차를 준수해서 요리하는 것과 같다. 결국 요리란 맛있어야 하며, SW는 궁극적으로 동작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절차와 기준들이 맛의 품질을 높여주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리사의 경험으로 기준에 맞지 않게 설탕 한 스푼 더 넣거나 덜 넣었다고 해서 그 요리가 맛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SW를 만드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경험치로 알고 있다. 왜 요리에 넣는 양과 기준이 그렇게 나와야 하는지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냥 감각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음식의 맛은 음식을 구성하는 식재료들이 전반적으로 균형이 맞추어져셔 음식에 맞는 맛을 내는 것이다. SW는 그 구성요소들이 전체적으로 균형이 이루어져서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동작할 때 의미가 있다. 때로는 정확한 양과 기준으로 인해서 이상한 맛을 내는 음식과 같이 너무나도 기술적인 냄새나 분위기에 의해서 사용자에게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음식은 배고픈 사람에게 맛있게 먹고 포만감을 주는게 목적이듯이 SW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문제를 해결해주는게 목적이다. (SW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음식보다 더 다양할 수 있다.)


책이나 가이드에 있는 SW를 만드는 과정은 음식을 만드는 요리법(recipe)에 비유할 수 있다. 요리법은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하는 용도로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이상의 용도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더 이상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을 못느낄 것이다. 요리법으로 요리를 하는게 아니듯이 책이나 가이드, 혹은 표준으로 SW를 만드는게 아니다. 만드는 과정은 그보다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과정과 경험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려면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과정과 경험 요소를 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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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test.co.kr BlogIcon 최영목 2012.08.31 05:22 신고

    요리법(레시피)는 아주 맛있는 요리를 제공할 수는 없겠지만 요리를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보니 레시피에만 의존하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있다는 것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스스로가 초보자라는 것을 인증하고 있는 모양세이고, 그 결과물로 어떻게든 돌아는가는 하는 시스템(맛은 없지만 어쩄든 '사람이 먹을수는' 있는 요리)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ㅠㅠ

    • Favicon of http://homo-ware.tistory.com BlogIcon javauser 2012.08.31 11:07 신고

      정말 훌륭한 요리사라면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고 레시피까지 만들 수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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